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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취] 일본소설

“어때, 은행하고 머리싸움을 벌여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지 않아?”-데즈카 미치로
컴퓨터광, 기계광. 그 점을 제외하면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둘도 없는 친구 니시지마 마사토의 채무에 보증인으로 말려든 것이 데즈카 미치로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일주일 안에 야쿠자가 운영하는 대부업체에 갚아야 할 돈은 총 1260만 엔. 그 돈을 갚지 못하면 야쿠자에게 살해당하거나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될지도 모른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미치로는 위조지폐 제조에 손을 댄다. 미치로가 만들어낸 지폐는 아주 조악해서 육안으로도 가짜임을 식별할 정도였지만, 그가 노린 것은 은행 시스템의 허점이었다. 그 노림수는 정확하게 들어맞아 미치로와 마사토는 1260만 엔이라는 돈을 무사히 손에 넣는다. 그러나 위폐 제조 기술을 노리는 야쿠자들이 마사토를 납치한 뒤 미치로를 뒤쫓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미치로는 수수께끼의 노인에게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노인과의 만남이 미치로를 뜻밖의 길로 인도한다.

“그런 신기에 가까운 기술에 도전한다고 생각하니 설레는데요!”-호사카 히토시
신토 미술 인쇄소의 직원. 그러나 그것은 표면의 직함이고, 진짜 정체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위조지폐 사건의 진범 데즈카 미치로이다. 위조지폐 제조 사실이 야쿠자들에게 발각되어 목숨을 걸고 도망친 그는 마사토를 경찰에게 넘기고 새 호적을 구입해 더욱 정교한 위조지폐를 만드는 데 인생을 건다. 이제 미치로, 아니 히토시에게 있어 위폐 제조는 단순히 큰돈을 손에 넣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과의 대결이자 인쇄기술의 극한에 도전하는 거대한 게임이었다. 같은 꿈을 꾸는 고이치 노인과 맹랑한 소녀 사치오의 도움으로 히토시는 고도의 인쇄기술과 제지법, 초상화 공예 등 위폐 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제로에서부터 하나하나 터득해나간다. 그러나 사치오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인쇄소가 도산하고 야쿠자들에게 히토시의 존재가 다시 한 번 발각되는 등 연이어 터지는 사건 속에서 히토시의 꿈은 중대한 위기에 몰린다.

“이제부터는 복수전이다!”-쓰루미 료스케
혼조 제지사의 계약사원. 한때 데즈카 미치로, 호사카 히토시라 불렸던 그는 성형수술과 호적 구입을 통해 다시 한 번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다. 형무소를 나온 마사토와 한 팀을 짠 료스케는 더욱 완벽한 지폐를 만들기 위해 제지사에서 종이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한다. 거기에 5년 만에 성숙한 숙녀로 자란 사치오와 고이치 노인의 옛 동료 미쓰이가 합류해 팀을 결성한다. 진짜와 다름없는 지폐를 만들겠다는 꿈 외에도, 료스케에게는 5년 전 그를 함정에 빠뜨린 세력에게 복수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5억 엔이라는 돈이 필요하다. 유례없는 거액의 위폐를 사이에 놓고, 료스케 일당과 거대 은행을 등에 업은 야쿠자 조직이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인다.


지폐위조범의 이야기를 다룬 심포 유이치의 소설. 심포 유이치는 일본에서의 인기에 비해 국내에서는 대표작인 화이트 아웃 외에 일부만 소개된 작가다. 이번 작품 탈취는 총 2권으로 지폐 위조를 테마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소설상의 시간이 워낙 길기 때문에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지폐 위조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하고 그 공부를 너무 표현하다 보니 마치 소설이 위조범들의 교과서같다는 느낌도 들지만 상세한 만큼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는 생각에 책보고 따라할 사람은 없을 듯 싶다. 상세한 설명이 매력포인트 이면서 스토리 전개를 늦어지게 하는 단점이기도 한데 그 욍에도 평생을 위조범으로 살아온 고이치 노인, 아이에서 숙녀로 변하는 사치오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괜찮다. 미스터리 적인 면이나 몰입도가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단점이나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써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작가의 명성이 아깝지 않은 작품.